🌬️숭숭
새벽 네 시 옥상,
젖은 수건과 한숨 같은 줄 사이로
손등 하나가 난간 위에 머문다.
이슬이 닿은 쇠는 식은 맥박 같다.
하늘은 닫힌 천장이 아니라,
입을 벌리고 있는 공기다.
그 허공이 폐를 누르고
형 없는 기운으로 스며든다.
발소리는 반향 없이 스친다.
시간의 구멍 사이를 건너듯이.
천 조각도 자신을 감싸지 못하는 밤,
기억은 빠져나가고, 여백만 남는다.
손등 위, 물방울 하나.
아무 무게도 없는데,
이상하게 가득 찬다.
귀신은 없다.
다만, 그들이 비워둔 자리가 남아 있다.
숭숭하게.
🌬️숭숭
해가 뜨기 전 옥상엔사람 대신 공기가 너를 붙든다.
젖은 수건 사이, 어설픈 철사 옆
고요는 이슬처럼 흘러 있었다.
쇠난간은 얇고 차가웠고,
굳이 붙잡지 않아도
지나간 감정이 손끝에 닿았다.
단단함은 벗겨진 채, 윤곽만 남아 있었다.
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.
아니, 생각이 가득했기에
공백 속에 머무른 것이다.
그 공기는 차갑다기보다
존재하지 않는 형체를 하고 있었다.
하늘은 끝이 없었다.
위가 아니라, 사방으로 펼쳐진 허공.
숭숭하다는 건, 비어 있는 게 아니라
사라진 자리를 의식하는 것이다.
슬픔은 무겁다고들 말한다.
그러나 어떤 슬픔은
스며들고, 빠져나가며,
실금처럼 금이 간 채 머문다.
그것은 부수는 것이 아니라
열리는 것이다.
원치 않아도 열린 채로 남는 옥상처럼.
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공기처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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