🫖그립다; 미지근한 손끝의 체온

🫖Geuripda(그립다)

찻잔을 기울이면

혀끝에 닿기 전

물은 먼저 목젖을 그려낸다.

식어가는 마음의 온도는 말하지 않은 작별에 더 오래 남아,

입안에서 문장처럼 퍼진다.

당신이 떠난 자리는 비워진 자리가 아니라

가득했던 기억이 천천히 식어가는 잔여의 시간이다.

찻잔 아래 고인 미지근한 정적,

그 속엔 눈을 마주치지 못했던 두 개의 눈동자가

아직, 둥글게 맺혀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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🫖Geuripda(그립다)

찻잔에 남은 미지근한 물은,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셔지는 것이다.

한 모금 삼키기도 전에 입안에 퍼지는 건 온도가 아니라 기억이다.

카페라는 공간은 정적이 아니라 정적을 들여다보는 거울이었고, 그 거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.

당신의 손은 테이블 위에 있었고, 내 눈은 당신의 손을 보지 않기 위해 커피잔을 잡았다.

그날의 마지막 대화는 침묵이었다. 그리고 이상하게도, 그 침묵이 가장 오래 남는다.

내 안에는 아직도 그 마지막 온도가 남아 있다.

마주 보지 않았기에 더 오래 남은 눈빛. 그건 마치, 돌아서는 사람의 뒷모습이 정면보다 더 오래 기억되는 것처럼.

그립다.

사라진 체온이 아니라, 끝내 말을 건네지 못한 순간의 무게가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