🍶Geuripda(그립다) | 그리움과 따스함의 촉각시

🍶Geuripda(그립다)

도마 아래 남은 향
기름 빛이 스민 타일의 정적 속,
은행잎이 저물녘 한숨 쉬던 자리에서
당신의 냄새가 아직도 떠다닌다—
된장의 김이, 겨울의 마디 위로 말아올라가는 국물처럼.

시간은 도둑이 아니라 체였다.
그 그물 사이로
당신의 목소리는—
무처럼 축축하고, 뿌리처럼 달큰하게—
내 손에 스며들었고,
한때는 따뜻했으나,
이젠 식은 밥처럼 식어 있었다.

내 기억은 무릎을 꿇는다
걸레 자국이 남은 바닥 위에
거기엔 고요가, 치대진 반죽처럼 부풀어 오른다.

도마를 두드리는 매 소리는
심장박동처럼 이어지지만
그 어떤 울림도 되돌아오지 않는다.

🍶Geuripda(그립다)

남아 있는 따뜻함의 자리
그녀의 부엌엔 요리되지 않는 열이 있었다.
그 열은 손끝에, 생각에 머물렀다.
마치 식어가는 숟가락의 등처럼 둥글고, 찐 밥 천 밑에 갇힌 김처럼 낮고 두터웠다.

할머니는 말이 적었지만, 내 등을 토닥이던 손은 방 전체를 가라앉혔다. 그게 그녀의 방식이었다.

그녀가 떠난 후, 부엌은 그대로였지만 압력이 사라졌다.
없어진 것이 아니라, 숨을 쉬되 더 부드럽고 안쪽으로 접힌 공간이 된 것이다.
가끔 그녀의 낡은 양념서랍을 열면, 공기가 안으로 접힌다:
들깻잎, 마른 멸치, 그리고 나무 틈에 스며든 깨소금 냄새.

난 예전엔 그리움이 날카로운 줄 알았다.
기차를 놓치거나, 덜 익은 걸 베어 문 듯이.
하지만 그녀를 그리워하는 건 둥글다.
깊은 냄비 속 국물처럼— 천천히, 머뭇거리며, 모든 것을 감싼다.
그건 주목을 요구하지 않는다, 그저 오래 남는다.

어떤 날엔 다시 그 부엌에 들어선다.
그리고 바닥은 더 이상 불에서 온 것이 아닌 기억에 눌린 따뜻함으로 날 식힌다.
여기엔 더 이상 레시피가 없다.
다만, 되돌아오는 감촉들만이 남아 있다.